넥스트에서 겪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한 학생이 풀어주었습니다. 이런 교수님들과, 이런 방식으로 공부해왔습니다. 이 학생이 겪은 사실을 어떠한 왜곡없이 보여드릴 수 있음에, 저 역시 함께 공부해 온 친구로써 넥스트에서 공부한 시간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상한 NEXT의 시험들>


  지난 20 여년간 내가 치러 본 시험을 떠올려보면 빠짐 없이 치러진 중간, 기말 고사와 자잘한 수행평가, 모의고사, 자격증 시험 및 영어 시험까지.... 100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시험을 겪어낸 나에게도 넥스트에서 치렀던 시험들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그 중 단연 압도적으로 낯설었던 두개의 시험을 소개해볼까 한다. 

 

 나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교수님

 

소프트웨어 개론의 중간고사는 이미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용한 점쟁이를 만난 느낌이었다. 시험은 교수님과의 1:1면담으로 치러졌기에 긴장되는 마음으로 교수실 문을 열었다. 책상에는 수업에서 배웠던 단원명이 나열되어 있었고 교수님은 "잘 아는 부분과 잘 모르는 부분을 나눠 보세요"라고 하셨다. '잘 모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나는 잘 아는 부분을 모른다고 분류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리고 잔머리를 잘 굴린 스스로가 대견했다. 적어도 교수님의 말씀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흐음... 이상하네? 그 부분을 모르는게 아닐텐데?"

 

소오오오름....  나의 눈동자는 하염없이 흔들렸고 교수님은 말없이 엑셀파일을 여셨다. "쪽지 시험 볼때 학생은 그 부분은 거의 안틀렸던데? 그 부분 보다는 여기 이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아요?" 파일에는 매 시간 보았던 쪽지시험의 결과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고 한 쪽지 시험에서 어느 부분을 틀렸는지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나의 완패다. 별수 없이 나는 단원명을 다시 정직하게 분류했다.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교수님은 나의 학습 쉴드를 파고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셨고 나는 벼락치기 신공으로 외운 답변들을 막힘없이 줄줄 읊었다. '이정도면 잘했지'라고 뿌듯해 하는 나에게 꼿힌 교수님의 한마디. "답이 틀린 건 아닌데... 잘 이해했다기 보다는 잘 외웠네요." 아아 교수님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바라셨습니다.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 답안'이라니... 하찮은 잔머리와 꼼수를 좋은 점수를 얻어내고자 했던 나는 결국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된 부분들(결코 적지 않은...)에 대한 레포트를 제출하는 숙제를 한아름 지고 교수실을 나섰다.

 

시작시간만 있고 종료 시간은 없는 시험

 

NEXT 학생들에게는 이미 악명 높은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시험. 이 시험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종료시간이다. 이 시험에는 시작시간만 있고 종료 시간은 없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고 몇시간이 걸리든 상관하지 않는다. 제출 시간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으며 교수님 역시 마지막 학생이 시험을 끝낼 때까지 퇴근을 미룬 채 기다려주신다. 둘째, 그 흔한 객관식도, 단답식도 없다. 문제지에는 드넓은 여백과 줄줄이 이어진 주관식 증명문제들만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요행으로 답을 맞출 여지를 전혀 주지 않고 학생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도록 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시간이 평균 5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걸리곤 한다. 

 

끝까지 책임지는  After Service

 

하지만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시험의 하이라이트는 시험이 끝난 후에 펼쳐진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이 발표되면 학생들은 시험지를 확인하러 한 명씩 교수실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학생이 틀린문제를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때까지 이어지는 1:1 강의. 본디 시험이란 '머리에 지식을 찰랑찰랑하게 담아 들어가서 답안지에 남김없이 쏟아 비워내는 것'인 줄 알았건만... 이 처럼 단단한 빗장 수비를 만나니, 비우기는 커녕 더더 채워넣기만 하게 된다.

 

점수가 아닌, 학생을 위한 시험

 

이토록 낯선 NEXT의 시험들은 나에게 있던 '시험'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시험에 있어서 나의 목표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시험에 나올 것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했다. 실제 필드에서의 중요도나 활용성 보다는 시험에 나올 확률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했고 그 외의 기준을 세우는 사람은 '시험에도 안 나올 걸 공부하는 바보'로 취급했다. 그러나 NEXT는 달랐다. NEXT에서 시험이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점검하는 기회'다. 시험 점수는 등수를 매겨 칭찬과 비난을 나눠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학습상태를 점검하고 도와주기 위한 도구이다. 그렇기에 친구가 나보다 좋은 점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도움을 망설일 필요가 없고 점수에 목숨 걸며 부정행위를 불사할 이유도 없다. 이 시험들의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시험을 보고나서도 날려보내지 못한 지식들 덕에 한층 복잡해지고 무거워진 머리정도 일까.... 낯설게만 느껴졌던 NEXT의 시험들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래본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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