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해진 CSO를 포함한 네이버 이사회에게 여쭙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약속]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하는 약속은 '사회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깨지더라도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 대해 평가하는 신뢰도가 낮아질 뿐이지,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같은 큰 기업이 사회를 상대로 한 약속은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가 NHN NEXT를 설립할 당시, 많은 비관론과 비판이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넥스트 설립을 강행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넥스트에 지원할 당시 저는 넥스트의 직원분에게 여쭤보았습니다.


"도대체 네이버가 이 학교를 세우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그 때의 대답은 "사회 공헌"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에 주목하기 때문에 넥스트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대답은 넥스트 설립 당시의 네이버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네이버의 더 나은 세상 pdf중 발췌"네이버의 더 나은 세상 pdf" 중 NHN NEXT에 관한 소개




 이렇듯 NHN NEXT의 이야기는 네이버의 사회적 약속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네이버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사회로 돌려놓기 위해, 넥스트의 설립 철학에 대한 신념과 책임감을 가지고 배움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한 해는 NHN NEXT가 자리잡던 모든 것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소통 없는 재단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커리큘럼과 생활 공간이 입학 당시의 약속과 달리 축소, 악화되었습니다.  재학 연한과 휴학 연한이 갑자기 변경되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몇 년 간 자신의 인생을 그렸던 계획이 일그러지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지난 12월 중순, 사외이사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간담회를 하고 나면 현 상황을 네이버 이사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재단의 잘못을 바로잡고 네이버가 사회에 대해 약속했던 넥스트의 교육방식을 지켜주리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지난주에는 사외이사 소수그룹 면담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 자리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첫째,"만약 학교가 없어진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보상을 하면 되겠는가"와 둘째,"학교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재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타협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1월 28일에 열릴 네이버 이사회에 "넥스트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안건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사외이사님의 반복적인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2기의 교육은 기존과 같이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고, 이러한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보상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이 3일 동안 모든 학생들에게 주어졌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우리의 의견이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사실에 분개했습니다. 설사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사외이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사실상 폐지로 결정이 나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저희는 무척 화가 났고, 동시에 큰 실망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교수님들을 통해 전달받은 바에 따르면, 1월 28일 열릴 이사회에서 교수님들의 의견을 보고서 형식으로 검토하고, 넥스트를 폐지하는 안건은 올리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를 비롯한 넥스트의 학생들은 이제 네이버 이사회의 결정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단의 왜곡된 데이터만이 네이버 이사회에 전달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사외이사 면담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넥스트의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폐지론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여름에 평가한 바에 따르면, 휴학률이 40%에 취업률은 지극히 낮고, 인턴을 받겠다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는 이유이지요.


그러나 실제 넥스트의 상황은 다릅니다. 


1. 휴학률 

 재단에서는 휴학률이 40%에 가깝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실패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1기의 경우, 최종 합격생 86명 중 미입학생 11명을 제외한 75명이 전체 입학생입니다. 그 중 학업 부진으로 인한 제적 및 휴학생 11명을 제외(학업부진으로 인해 복귀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하면 실제 등록인원은 사실상 재학생 46명과 휴학생 18명이 됩니다. 

 그리고 휴학생 18명은 군휴학 15명, 컴공 대학원으로 진학준비 휴학2명, SW마에스트로 활동으로 인한 휴학 1명으로 분류됩니다. 이것이 정말 심각한 상황의 휴학률인가요?(어쨌든 군대는 가야하니까요;)


 입학 당시, 넥스트에서는 입학생 대비 졸업생 수치를 80%정도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실력이 되지 않는다면 졸업시키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학업부진으로 인한 제적 및 휴학생 11명을 중도 탈락자로 고려했을 때, 최초에 말했던 예상 수치인 입학생 대비 졸업가능한 인원이 80%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 취업률 

 또한 저희를 평가한 자료들은 2014년 여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 당시의 취업률은 아마 거의 0%에 가까웠겠지요? 왜냐하면 2013년도에 입학한 1기가 졸업하려면 최소한 2015년 7이 되어야 합니다. 본디 2년 6개월이 저희의 수학 연한으로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하여 취업할 수 있는 2년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취업률을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정상적인 평가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3. 인턴 연계를 요청한 회사의 수가 적다는 평가

 인턴 연계를 위해 홍보를 시작했을 때, 이를 담당하셨던 직원이 퇴사하면서 사실상 업무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외부 회사와 인턴 연계하지 말라는 이사장의 지시가 있었고(소시민인 저는 도대체 그 이유조차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 인턴 연계를 위한 홍보나 활동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학교 측의 적극적인 연계 활동없이 다른 회사들이 먼저 인턴을 요청할 수준을 기대했다, 라고 하신다면 한가지 되묻겠습니다. 

 과연 첫 졸업생 조차 없는 학교의 학생들의 무엇을 믿고 기업에서 먼저 요청해야 할까요? 최소한 졸업생들의 활동을 보고 나서야, 그런 요청이 생기리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제 막, 졸업생들이 입학 당시 "인턴을 수행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는 넥스트에서 내세웠던 까다로운 조건과 달리, 넥스트를 탈출하듯 현장에 나섰습니다.



 재단 측의 의도대로 왜곡된 데이터가 계속 전달된 이상, 네이버 이사회의 결정은 재단이 원하는대로 내려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1월 28일에야 겨우, '교수님들의 의견을 검토'하는 이사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제 네이버 이사회 측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재단의 의도대로 해석되는 데이터가 아닌, NHN NEXT의 실제 상황을 읽어주세요. 저희는 현재 각자 최선을 다해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기존 넥스트 설립철학에서 한치도 벗어난 것이 없습니다.


 그동안 학생과 교수님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결정해오셨다면, 이제는 저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NHN NEXT는 충분히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집단입니다. 이제 겨우 첫 졸업생이 나오고, 저희가 세상에 나아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입니다. 벌써 해체를 논하기에는 저희는 아직 보여드린 것이 없습니다. 


 현 이사장님의 말씀처럼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이나 자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24시간 밤새워 공부한 학생들이라는 점도 이해해주세요. 한 과목 시험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칠 만큼 열의가 있는 교수와 학생이라는 점도 기억해주세요. 주말에 가족들을 끌고 학교에 와서 강의 준비를 하는 교수님과 밤낮없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데 정신이 나간 학생들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저희 역시, 네이버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디 빠른 시일 안에 넥스트를 원래의 모습 즉, 스스로 배움이 일어나는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재단은 학생도 교수님도 믿지 않습니다. 재단은 학생과 교수님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또렷한 목표를 가지고 교수와 학생, 교직원이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키워나가던 넥스트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재단 이사장의 교체로부터 시작된 일임을 파악해주시기 바랍니다. 넥스트를 본디 취지에 맞는 학교로 돌려놓아 주세요. 


 그리고 저 역시 이 글을 통해 지극히 작은 약속을 하나 하려 합니다. 저는 20일 화요일부터 이사회가 열리는 28일까지 오전 9:30에서 10:30 사이에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패널을 들고 서 있을 예정입니다. 또한 반드시 정오까지는 넥스트 교내로 돌아와서 jsp, spring 공부와 알고리즘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이는 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고, 넥스트를 지켜봐 주시는 수많은 분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1월 28일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우리의 진실된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뜻을 전달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여쭙겠습니다. 네이버에게 있어서 사회적 약속이란 무엇입니까? 일개 개인도,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부디 네이버 이사회에서 기업 윤리에 걸맞도록, 그간 그토록 당당히 공언해왔던 넥스트에 관한 '사회적 약속'의 무게를 깨닫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린팩토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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