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NHN NEXT'(이하 넥스트)의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2월 15일 넥스트 교수진이 성명서를 네이버와 넥스트 재단 이사회에 보낸 데에 이어, 24일 학생들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게 성명서를 보냈다.

넥스트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비영리 재단 넥스트를 네이버의 신입사원 양성기관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면서 ▲넥스트 폐지 철회 ▲넥스트 운영과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과정에 교수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 ▲학교 지원과 창업 전공 수업, 수업 연한을 축소한 것을 원래대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학생들은 넥스트에 생긴 변화가 윤재승 신임 이사장과 김진희 자문위원이 오면서 생겼다며, 두 사람이 교육의 가치보다는 기업의 이익과 효율성만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윤재승 넥스트 이사장은 대웅제약 회장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본받고 싶어하는 인물이라고 알려졌는데 2013년 10월 취임했다. 김진희 자문위원은 네이버I&S의 대표이사다. 네이버I&S는 네이버 자회사로, 네이버와 계열회사의 인사, 복리후생, 재무, 총무, 구매 등 경영지원을 도맡는다.

학생들은 3가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12월 30일까지 공식 답변을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네이버 홍보팀은 넥스트 건에 관하여 "네이버 이사회가 진정성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상황"이라며 "이종우 네이버 사외이사가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앞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넥스트 사안을) 더 들여다 보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네이버는 이종우 사외이사가 교육전문가이며, 1월 중 교수와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추가로 알려왔다)

NHN NEXT의 모습 (출처: NHN NEXT 페이스북 페이지)



NHN NEXT 학생 성명서

NHN 넥스트 학생들은 기업의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 했던 비영리 교육재단 넥스트가 영속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성명을 발표합니다.

넥스트는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꾸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나이와 전공을 불문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을 일반 사용자용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또한 누구나 경제적 상황에 상관 없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한다는 넥스트의 정책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졸업 후 학위조차 주어지지 않지만 학위보다는 실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넥스트의 비전을 함께 이루고자, 우리는 입학을 결정했습니다. 넥스트에 입학하기 위해 대학 입학을 포기한 고등학교 졸업생, 대학을 자퇴하고 온 대학생, 회사에 사직서를 낸 직장인,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 등 다양한 입학생들이 넥스트가 한 약속을 믿고 넥스트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학생, 교수, 교직원의 토론과 협의로 운영되던 넥스트는 올해 초 현 대웅제약 회장인 윤재승 이사장과 네이버 I&S 대표이사인 김진희 자문위원이 학교의 운영에 참여하면서 학생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사장과 자문위원은 교육의 가치보다는 기업의 이익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학습공간을 대폭 축소하고 창업 전공 폐지, 학교지원 축소, 넥스트 폐지 후 대학원 설립 등을 추진했습니다. 입학 때 학생들에게 했던 약속들은 공지 없이, 학생과 교수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기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독단적인 재단의 의사결정으로 학생들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창업 커리큘럼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원해 주기로 한 용역비 지급이 지연되어 프로젝트 진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고, 게임 클라이언트 전공 학생들은 교수님 없이 비정상적으로 학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입학을 포기하고 넥스트를 선택한 학생들은 2016년이면 없어질 넥스트의 수료증서 하나만 손에 쥐고 사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사회적 공헌을 하겠다는 거대 기업의 약속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통감하며, 학생들은 많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재단은 학생들의 교육에 매진하던 교수님들께 네이버 신입사원 교육을 강요하고 네이버 인턴 사원 지원자에게 넥스트에 지원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종용하며 넥스트 입시 전형 1, 2단계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학생들에게 입학의 기회를 제공하던 비영리 재단 넥스트를 네이버의 신입사원 양성기관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습니다.저희 넥스트 학생들은 더 이상 비영리교육재단 넥스트가 공익적 가치를 뒤로 한 채 기업의 경제 논리에 변질되어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다양한 이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소중한 기회가 제공되고, 다른 무엇보다 학생의 교육이 우선시 되던 넥스트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넥스트 재단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설립 시 네이버가 사회에 공표한대로 넥스트에 10년간의 투자와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따라서 넥스트 폐지를 철회하고, 기존처럼 나이와 전공에 상관 없이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육성해주십시오. 더 이상 소프트웨어 산업 인재 양성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닌 비영리재단이 네이버의 신입사원 교육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학교 정상화를 위해 넥스트 운영 및 커리큘럼 설계에 교수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십시오. 비영리 재단 넥스트는 이사장과 자문위원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익적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몇 개인이 독단적 의사결정이 아닌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교가 함께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셋째, 현 이사장과 자문위원이 학교 운영에 개입한 후 지켜지지 않고 있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학생과 교수의 동의 없이 진행 된 학교지원 축소, 창업 전공 폐지, 수업연한 축소 등을 제자리로 돌려주십시오. 더 배우고 싶은 학업에 대한 열정이 '효율성'이라는 잣대에 꺾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넥스트가 제공하는 교육이 오래 지속되어 더 많은 사람이 배움의 기회를 얻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더욱 발전되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은 네이버가 넥스트를 처음 설립할 때 사회에 했던 약속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네이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더 이상 비영리공익재단 기업의 하부 교육기관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됩니다.

이에 학생들은 네이버와 재단이 넥스트 정상화를 위한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관해서 12월 30일(화)까지 공식적 결정사항을 전달해 주시기를 성명서를 통해 촉구합니다.

2014년 12월 24일 NHN 넥스트 학생 일동